훈련소 단상 #6 Scribble

 군대는 매우 특이한 조직이다. 군대는 전쟁을 수행하는 기능을 가진 조직인 동시에 전쟁방지라는 목적을 가진 조직이다. 다소 모순적인 부분이 있지만, 어쨌든 이론적으로는 전쟁수행능력의 극대화를 제1목표로 한다.

 그러나, 평화가 계속되는 시기의 군대는 전시의 군대만큼 전쟁수행능력을 극대화하지 않는다. 

 일단, 전쟁수행능력이란 전쟁을 실제 수행하기 전에는 평가하기 어렵다. 그것은 군대 전체의 차원에서도 그러하고, 소규모의 부대나 장교/병사 개인의 차원으로 들어가면 평가의 어려움은 심화된다. 부대나 개인의 전쟁수행능력은 각종 간접지표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러한 간접지표의 선정과정에서 왜곡이 발생한다. 평시의 군대에서 '일'이란 훈련과 행사가 주가 된다. 그런데 군 외부나, 군 내부더라도 부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은 행사이다. 그래서 행사를 잘 수행하는 부대가 '일'을 잘 하는 부대가 되고, 행사진행을 잘 하는 장교가 뛰어난 인재로 평가되는 경향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그러한 경향이 발생할 경우 많은 장교가 행사준비에 열을 올리고 훈련도 원활한 행사진행이라는 데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래서 심한 경우 평시의 군대는 show business와 유사한 조직이 되어 버린다. 군인이 정치인이나 연예인과 닮아 버리는 것이다.

 또한 평화시에는 전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전쟁수행능력 외의 덕목들, 예컨대 군대 외부의 사회와의 관계 등이 더 중시된다. 따라서 비용과 노력이 군대의 정치적 위상 재고나 장병의 사회복귀 지원 등에 더 투입되게 된다.

 더 나아가 평화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신뢰가 생기면 전쟁수행능력을 극대화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한다. 전쟁이란 인접국가 간에 벌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서, 인접국 간의 긴장도가 낮아지면 양국의 군대 모두 전쟁수행능력 극대화에 힘쓰지 않게 되고, 그러한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고 좀 더 느슨해지는 음의 되먹임 현상(negative feedback)이 벌어지게 된다.

 미군이 현재로서는 최강의 군대인 이유는 그 막대한 예산 탓도 있지만, 끊임 없이 전쟁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어떻게든 피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평시의 군대를 전투형 강군으로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큰 노력을 요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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