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끝 그저 사는 이야기

시험이 끝난지 이제 이틀이 지났다. 벌써부터 그 힘든 기간 동안 한 생각들과 절실했던 느낌들이 조금씩은 회색화되고 있다. 여전히 밤은 잠들기 힘들지만.

사람에게 있어서 상처란 무엇일까?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이 시험을 준비하고 치루면서 나는 마음에 상처란 것을 입은 듯 하다. 누가 나를 때리고 욕한 것도 아니고, 적어도 아직은 실패를 겪은 것도 아니지만은, 나는 덫에 다리를 다친 어린 짐승새끼처럼 다리를 절뚝이며 걸을 수밖에 없다.

그 실체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본 나는 그것이 삶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의 상실, 나는 마음만큼은 강하고 고된 일을 잘 버티는 사람이라는 자신에 대한 꽤나 건했던 믿음의 무너짐 등일 것이라 추측한다. 무엇을 해도 될 것 같고, 아무리 힘든 일이 버텨도 소년만화의 주인공처럼 버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던 나의 소년기가 스물 다섯살 여름 그렇게 지나갔다.

'삶을 살 자신이 없어'라고 말하는 소설 속 주인공의 진부한 대사를 보면서 '이건 뭔 개소리야'라고 내뱉던 내가 똑같은 대사를 되뇌이며, 지금이 삶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 아니라면 앞으로는 어떻게 부숴지지 않고 걸어갈 수 있을까 자문해본다. 사람들은 말한다 - 앞으로는 더 힘든 순간들이 많을 것이라고 - 역시나 진부한 말이지만 이제는 그 말이 무섭게 느껴진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많은 뜻을 내포하고, 각자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나에게는 그것이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삶에 대한 두려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지금의 나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꼼짝하지 못하고 삶의 포로가 되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더 시간이 지나면 지금보다는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을 것이고 지금의 두려움도 희석되리라. 하지만 한번 깊이 패였던 상처는 흉터를 남긴다. 그러한 흉터는 만질 때마다 움찔거릴 정도의 감각을 선사하고, 그 감각에도 무감각해질 먼 미래에는 습관적으로 만지작거리며 피부의 굴곡을 느끼는 버릇화(化)되어버릴 것이다. 아아, 시험 도중에 나는 이 흉터를 소중히 간직하며 살아가기로 약속했다. 내가 한없이 약해졌던 시간들, 두려움, 자신의 모습에 대한 부끄러움, 그러한 것들을 나는 나의 삶의 소중한 선물로 생각하자. 그러한 받아들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지만은, 온전히 받아들여야 할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든다. 나의 큰 일부가 될 듯한 지난 열흘 가량, 그것이 무엇이 되어버릴지는 두렵고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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